영광군의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사업이 특정 군의원들의 입김 아래 ‘짬짜미’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공식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2023년 제1회 추경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사업 현황(의원사업)> 문서에는 각 사업의 도급업체와 액수는 물론, 사업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군의원의 실명이 비고란에 노골적으로 적혀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사업 대부분이 ‘의원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됐으며, 수많은 건설업체가 군의원들의 ‘지인 업체’라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예산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에 달하며, 일각에서는 “사실상 예산 직거래”라는 비판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서가 공공행정 절차에서 생산된 공식 자료라는 점이다. 군의원의 이름이 예산 집행 관련 문서에 당당히 적시됐다는 건 단순한 민원 전달을 넘어서, 정책·예산 결정에 실질적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운다.
일부 공무원들은 “군의원 이름이 문서에 적힌 순간부터 이건 행정이 아니라 ‘정치 서비스’”라며 “이 정도면 사실상 공사 배정 브로커 역할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영광군청과 군의회는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군청 관계자는 “읍면에서 의원 요구를 자체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도, “의원의 실명이 문서에 들어간 것 자체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군의원은 “우리는 단순히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전달한 것일 뿐, 공사 선정이나 예산 편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누가 그 말을 믿겠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주민 A씨는 “지방의회가 주민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자기 사람들 챙기는 이권 기관이 돼버렸다”며 “공식 문서에 이름이 박힌 이상, 감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실수나 예산 편성 문제가 아니라, 지방의원들이 직접 지역 사업에 개입해 공공예산을 ‘사적 도구’로 활용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으로 전수조사와 전면 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