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의회가 과거 의원사업비 논란 당시 군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발표한 공식 입장문이, 오늘의 현실 앞에서 공허한 종이 한 장으로 전락했다. 당시 입장문에는 분명히 적혀 있다.
“의원사업비에 대한 어떠한 요구나 관여도 하지 않을 것”, “재발 시 의원직 사퇴 등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그러나 지금 영광군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 약속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정선우 의원은 주민 숙원 사업비 집행 과정에서 업체 지정 관여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고, 그 이후에도 별다른 자숙 없이 일상적인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의회는 침묵하고 있고, 김강헌 의장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공식 입장문이 밝힌 원칙, 의장이 먼저 저버렸다.
입장문에서 영광군의회는 이렇게 밝혔다.
“지방의회는 행정을 집행하는 집행기관과 이를 견제·감시하는 지방의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의원은 집행부의 행정 행위에 대한 사전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선우 의원의 발언은 이 원칙이 이미 무너졌음을 내부에서 증언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김강헌 의장이, 의회 스스로 천명한 이 원칙을 지키도록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입장문은 의원 개인의 선언이 아니라, 의회를 대표한 약속이었다. 그 대표는 바로 의장이다. 따라서 약속이 깨졌다면,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할 사람 또한 의장이다.
“재발하면 사퇴”라 했지만…지금은 침묵
입장문에는 또 하나의 강한 문장이 담겨 있다.
“만약 이러한 사례가 재발한다면 의원직 사퇴 등을 비롯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질 것을 약속드린다.”
그러나 지금 이 문장은 군민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재발이 현실로 드러났는데도,
의회는 사과하지 않고 의장은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해당 의원은 웃고 다닌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입장문은 군민을 위한 약속이었는가, 아니면 논란을 덮기 위한 정치적 수사였는가.
김강헌 의장의 책임은 ‘관리 실패’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의장도 곤란했을 것”이라는 말로 넘길 수는 없다. 김강헌 의장은 윤리와 질서를 총괄하는 의회 수장이다. 의원사업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면, 즉각 윤리특위 가동 여부를 밝히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의장은 침묵했고, 의회는 움직이지 않았으며, 입장문에 담긴 모든 약속은 방치됐다. 이쯤 되면 이는 관리 실패가 아니라 의도적 방관, 나아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입장문은 살아 있는 약속이어야 한다
영광군의회는 입장문에서 군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매의 눈으로 지켜봐 달라”, “조금이라도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거나 이를 벗어난 의원이 있다면 가차 없는 회초리를 들어 달라.”
군민들은 지금 그 요청에 응답하고 있다. 문제는 의회, 특히 김강헌 의장이 그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장문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구속하는 약속이어야 한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의장은 왜 존재하는가.
의장이 책임지지 않으면, 의회는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한다
지금 영광군의회가 직면한 위기는 한 의원의 일탈이 아니다. 스스로 밝힌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의회, 약속이 무너졌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그 중심에 선 김강헌 의장의 리더십 위기다. 군민은 더 이상 선언을 원하지 않는다. 행동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김강헌 의장이 답하지 않는다면,
이 입장문은 결국 의회를 향한 가장 강력한 자기고발문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