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마항선착장


영광 계마항 선착장은 오늘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추락을 막을 난간이나 가드레일 하나 없지만, 영광군이 내세운 조치는 단 한 장의 안내문뿐이다. 그 안내문에는 “추락 위험,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군이 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 대책을 버리고,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을 서류 한 장으로 대신한 셈이다.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광주에서 온 한 방문객은 “난간도 없는 곳에서 안전시설을 넘지 말라는 문구는 코미디”라며 “사고가 나면 개인 책임이라는 말은 행정이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방문객은 “군수가 직접 이 길을 걸어봤다면 이런 위험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도 방치했다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본질은 군수의 리더십 부재다. 예산과 인력을 모두 쥔 군수는 군정의 최종 책임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위험을 방치한 채 안내문 하나로 면피에 급급한 행정은 군수의 결단 부족과 무관심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주민들은 “군수가 홍보 행사에는 얼굴을 내밀면서 정작 군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눈을 감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날을 세웠다.

영광군민 김모씨는 “영광군청 행정공무원은 그대로인데 왜 요즘 들어 이런 일들이 잦은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군수가 책임을 지고 현장을 챙기지 않는 한 같은 사고 위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구호는 군수가 즐겨 찾는 단골 레퍼토리지만, 실제 현장은 그 구호와 정반대다. 군수가 현장을 외면하고 책상에 앉아 펜만 굴린다면, 군민과 관광객의 안전은 언제까지나 불안 속에 방치될 것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결국 군수가 책임을 인정하고 직접 현장을 점검하며 안전 예산을 긴급 투입하지 않는 한, 영광 계마항 선착장은 오늘도 ‘난간 없는 행정, 책임 없는 군수’라는 오명을 안은 채 위험을 견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