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앞 꽃 화분


영광군청이 일부 인도와 건널목 가로등에 설치한 화분이 보행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아 군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군청은 도심 미관을 이유로 가로등에 화분을 매달았지만, 이로 인해 건널목을 건너는 행인들이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앞을 보지 않고 뛰어갈 경우 머리를 크게 다칠 위험이 크지만, 행정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주민 박모씨(48)는 “작년에도 보건소 치매센터에서 일을 마치고 택시를 타기 위해 인도를 건너다 가로등에 달린 화분에 머리를 다쳤다”며 “영광읍사무소에 민원을 접수했지만, 해당 화분만 철거하는 부분 조치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김모씨는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앞을 보지 못하고 화분에 머리를 부딪히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군청은 주민 안전에는 무관심하면서 보여주기식 행정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씨는 “아이 안전을 방치하는 행정은 무책임 그 자체”라며 “사고가 터지면 그때야 책임을 떠넘길 것이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 내부에서도 “사업 계획 당시 담당 부서가 현장을 직접 나와 꼼꼼히 확인했더라면 이런 일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졸속 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일부에서는 “책상머리에 앉아 도면과 자료만 보고 사업을 밀어붙인 공무원들의 안일함이 화를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보행자들의 시선과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용 미관 사업만 추진했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연속성 부재다. 행정 내부에서도 “작년에 이미 문제점을 인지했음에도, 읍장과 부읍장이 잦은 인사 이동으로 전부 교체되면서 업무 파악이 단절돼 버렸다”며 행정 공백을 꼬집었다. 결국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민원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개선은커녕 사고 위험만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런 사업은 처음 단계에서 담당 공무원이 조금만 세심하게 살펴봤더라면 간단히 걸러낼 수 있는 문제였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내부에서는 “결국 현장 경험과 현실 감각이 부족한 탁상행정이 빚어낸 전형적인 사례”라며 “책임 있는 공무원에 대해 철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교통·보행 안전 관계자들도 “보행자 동선이 확보돼야 할 인도와 횡단보도 구간에 장애물을 설치한 것은 안전불감증의 극단적 사례”라며 “즉각적인 철거와 근본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세일 영광군수와 군청은 뒤늦게 현장 점검만 검토 중일 뿐,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주민들과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고가 발생해야만 움직이는 탁상행정”이라며 장 군수를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