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청의 탁상행정이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영광읍 일대에서 열린 각종 행사를 앞두고 군이 설치한 홍보 현수막이 좁은 인도를 가득 메우며 보행자를 위협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 점검 한 번 없이 ‘제작 발주’와 ‘결재 서류’만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을 찾은 기자가 직접 확인한 인도는 가로등에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고, 강풍이 불 때마다 얼굴을 스칠 정도로 내려와 있었다. 유모차와 휠체어는 아예 통행이 불가능했고, 주민들은 차도로 내려서야 했다. 35세 김모 씨는 “유모차를 밀고 읍사무소를 갈 때마다 바람에 날리는 현수막이 얼굴에 스쳐 불쾌할 뿐 아니라 아이가 다칠까 늘 불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한 현수막 관리 소홀을 넘어 행정의 구조적 무책임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군은 옥외광고물 관리 조례로 현수막 설치 기준을 정해놓고도 행사 홍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예외를 남발하고, 발주 이후 현장 확인은 ‘업체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영광읍에 사는 32세 A씨는 “공무원들이 직접 나와 설치 높이와 통행 폭을 점검했다면 이런 위험은 없었을 것”이라며 “종이 서류만 보고 안전을 판단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매일 이 구간을 오가는 한 학부모는 “아이를 등하교 시키다 현수막에 머리를 부딪칠까 늘 긴장된다”며 “행사만 끝나면 며칠씩 방치되는 현수막 때문에 시야가 가려 차량을 볼 수 없어 더 위험하다”고 호소했다.
군민 이모 씨는 “행사 홍보를 핑계로 안전 규정을 무시하는 관행이 계속되면 결국 사고가 나도 책임을 주민에게 떠넘길 것”이라며 “현장 상황을 반영한 제작과 주무 부서의 상시 점검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면 이런 위험은 언제든 되풀이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들은 군이 즉각적인 철거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탁상행정의 대가를 결국 군민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