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이 자랑하는 대표 관광지들이 관리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백수해안도로와 불갑사 일대에서 시설물 파손, 환경 미정비, 쓰레기 방치 등이 수개월째 이어지며 관광객 안전과 지역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수년째 관광 활성화 예산을 투입해 각종 행사를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현장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겉치레 행정”이라는 지역민들의 비판이 거세다.
가장 먼저 문제가 제기된 곳은 백수해안도로 5주차장 아래 데크계단이다. 해안 절경을 가까이서 감상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주요 동선이지만, 계단 일부가 부러지고 들린 상태로 수개월째 방치돼 있다. 현장에는 위험 안내 문구나 임시 통제선조차 설치되지 않아 관광객들이 위험을 느끼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주말 현장에서는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계단을 내려가려다 보호자가 급히 말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관광객 박모 씨(광주)는 “사진 명소라 해서 왔는데 계단이 부러져 있고 내려가지도 못했다. 꽤 오래 방치된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상태 그대로 두는 건 안전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근 상인 또한 “바다가 잘 보이는 명당이라 다들 내려가려는데 못 가니까 불만이 많다”며 “행정이 고쳐줄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민원 현장은 불갑사 물래방아 옆 모정 주변이다. 상사화 명소이자 가족 단위 방문객이 가장 많이 머무는 구간이지만, 주변에는 나무 조각, 흙더미, 공사 자재, 비닐 쓰레기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바람이 불면 종이와 비닐이 날려 다니고, 일부 관광객은 “휴게 공간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주민 이모 씨는 “이곳은 축제 기간뿐 아니라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몇 달째 이런 식으로 방치돼 있다”며 “관광도시라면서 이런 기본적인 관리도 안 되면 어디에 세금을 쓰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군에서 현장에 와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휴식 공간이 아니라 공사장 같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행사 때만 반짝 치장하고 이후 관리가 사라지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영광군은 최근 몇 년간 관광 인프라 조성 및 축제 운영 명목으로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현장 관리 인력과 상시 점검 체계는 여전히 허술하다는 것이 지역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본지 문의에 “현장 정비를 순차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조치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어 주민들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 군민 최모 씨는 “민원이 들어가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된다. 군이 정말 현장을 본 뒤 답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관광지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지역 관광정책 연구자는 “행사나 홍보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의 지속성’이다. 정기 점검과 긴급 보수 인력 확보, 노후 시설 선제적 점검이 필수”라며 “관광객이 안전하고 쾌적하다고 느껴야 재방문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영광군은 ‘관광 영광’을 내세우며 해안경관 조성, 축제 이벤트 확대, 홍보 콘텐츠 제작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눈앞의 시설물조차 돌보지 못하는 현실은 군의 관광 행정에 큰 오점을 남기고 있다. 현장을 확인한 한 방문객은 “SNS로 홍보하는 영상은 멋진데 실제로 와보면 실망스럽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는 가장 기본적인 행정의 책무다. 군이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를 표방한다면 화려한 행사 기획보다 철저한 현장 관리와 빠른 대응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민과 관광객들의 비판을 외면한 채 미봉책에 머문다면 ‘관광 영광’이라는 구호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뉴퍼블릭은 백수해안도로와 불갑사 일대 관광지의 관리 실태, 현장 점검 시스템, 관련 예산 집행 내역 등을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추가 문제 제기 및 개선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