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장세일 영광군수)에서 열린 제33회 노인 친선 게이트볼대회가 어르신 참가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운영 방식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행사 예산은 전액 군 예산으로 집행됐음에도 주최·주관·후원이 뒤섞인 채 명확한 책임 주체 없이 치러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대회는 7월 1일 영광생활체육공원 게이트볼 장에서 열렸으며, 영광군 노인회가 주최하고, 영광군게이트볼협회가 주관했다. 영광군과 군 의회는 후원으로 명시됐지만, 행사에 사용된 565만원의 예산은 전액 군 가정행복과가 집행한 지방보조금이었다.
예선 경기를 마친 오전 9시 30분경, 어르신 참가자들은 인조잔디 경기장 바닥에 줄지어 앉아 10시 개회식을 기다렸다. 반면 장세일 영광군수, 도의원, 군 의원, 노인회장 등 행사 내빈은 행사장 중앙의 의자에 착석해 행사를 주도했다. 현장을 목격한 A씨는 “시류가 변했다지만 지역 권위주의는 여전하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A씨는 “10년 전에도 같은 문제가 있어 당시 군수에게 시정을 요청했고, 군수는 의자를 놓으면 인조잔디가 눌려 경기 운영에 지장이 생긴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실내 게이트볼 장에서 의자를 배치하고도 문제가 없었던 경험을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올해는 팀 구성이 어려워 출전했지만, 또 같은 장면을 봤다”며 “다음 대회에는 참석하지 말아야겠다”고 토로했다.
행사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은 참가 어르신들의 가족들에게까지 확산됐다. 일부 자녀들은 “왜 우리 부모님을 바닥에 앉히냐”, “노인을 위한 행사에서 정작 노인만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광군은 이번 사안에 대해 “보조금만 지원한 민간 행사”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지방보조금법상 예산을 교부한 자치단체는 행사계획의 적정성과 예산 집행의 타당성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더구나 군수와 과장,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 참석한 공공 행사를 두고, “우리는 몰랐다”는 해명은 주민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행사 전반을 실무 책임졌던 가정행복과장(오 과장)에 대한 지역사회의 불신도 확산되고 있다.
지역 주민 B씨는 “노인을 위한 행사에서 정작 노인이 소외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행사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간부 공무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5월 단오제 노인 문화행사 때도 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을 단순 집결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돼 부실한 행사라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반복되는 ‘노인 행사 탁상행정’에 대해 군의 전반적인 복지행정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