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주민 사슴 피해로 벼 농경지를 갈아 엎고있는모습


전남 영광군 낙월면 안마도에서 방사된 꽃사슴이 무분별하게 번식하며 주민 농경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개인이 들여온 사슴이 섬 전역으로 확산돼 현재 약 1,000여 마리가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행정은 수년째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아 주민 피해가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안마도 주민들에 따르면, 사슴들은 매년 논·밭 작물은 물론 벼 이삭까지 먹어 치우며 수확을 아예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한 주민은 벼 알곡이 모두 사라지자 결국 논을 갈아엎었다며 망연자실한 심정을 토로했다.

주민 A씨는 “수년째 피해를 당했지만 올해는 벼 알곡까지 모두 먹어 추수를 포기했다”며 “그물망을 설치해도 사슴들이 뚫고 들어와 농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다 우리 생계가 먼저 무너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 사슴들이 개인이 들여와 방사한 개체라는 점이다. 국가 또는 지자체 관리가 아닌 데다 법적 위치가 모호해 농작물 피해보상 대상에서도 제외, 사실상 주민들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 ‘행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영광군은 최근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오는 12월 시행령 발표를 앞두고 현장 조사 및 구제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벌써 수년째 피해가 반복된 만큼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신속히 대응하겠다”며 “개체 조절 방식, 보건·환경 대책 등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실행 일정이나 피해 보상 방식은 제시하지 못해 주민 불안은 여전하다.

섬 주민들은 “행정은 말만 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며 “개인이 풀어놓은 사슴 때문에 주민 생계가 무너져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제야 법 기다리며 준비한다는 말은 너무 늦었다”고 성토했다.

안마도가 ‘사슴 섬’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주민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동물 문제를 넘어 생존권 침해로 치닫고 있는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는 행정의 즉각적인 대응과 보상대책 마련이 요구된다.